본문 바로가기
축구이야기

차범근 축구교실 34년만에 존폐 위기 10월 훈련장서 쫓겨난다

by 맥콜요정 2022. 9. 20.
반응형

 차범근 축구교실은 1988년 설립해 국내 첫 유소년 축구 선수 양성 기관으로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는 전국을 돌며 운영하다가 1997년 차범근 축구교실은 이촌 한강공원 고수부지에 직접 축구장 및 축구교실 운영 관련 시설물들을 직접 조성하는 대신 8년간 무상으로 쓰다가 2005년 서울시에 시설물을 기부채납 한 뒤 3년마다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이촌 한강공원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을 운영해왔습니다.


 

 


 

차범근 축구교실 10월부터 운영 중단 경위

그동안 차범근 축구교실은 회원들의 안정적인 수업 환경을 위해 감정평가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해왔고 올해도 이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예년과 같은 높은 금액인 2억 5300만 원을 유지하고 입찰에 응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입찰 경쟁자가 없던 예년과 다르게 입찰을 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1400여 명의 회원을 수용할 대체 부지 등을 확보하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태라 운영 중단이 불가피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결국 차범근 축구교실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서울시 한강 사업본부의 축구장 사용허가 기간이 연장되지 못함에 따라 부득이하게 이촌 축구장에서의 수업을 종료하게 된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공공성과 상징성

차범근 축구교실은 현재까지도 1400여 명의 회원들을 두고 있으며 한 달 주 1회 1시간으로 6만 원이란 저렴한 강습료를 통해 높은 퀄리티 환경과 코치진들의 교육을 제공을 해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심지어 차범근 엄마 축구에 참여하시는 학부모님들도 이 사태에 대해 많이 안타까워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입니다.

 

 

 차범근 감독님은 독일에서 선수생활 시절에 경험한 독일의 축구 환경과 선진 유소년 축구 환경들을 접하면서 받은 충격과 부러움을 통해 한국에서도 유소년 축구가 잘 뿌리내려서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켜 인재 발굴과 육성을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에서 선수 은퇴 후 1군 팀 코치직 제의가 들어왔지만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벌써부터 아이들이 잔디구장에서 축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며 독일에 왔을 때 가졌던 사명감으로 계획했던 것을 이루기 위해 1980년 독일 생활을 마무리 짓고 한국에 돌아와 축구교실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축구를 어렸을 때부터 즐기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안 되나?", "어렸을때부터 잔디에서 공을 갖고 놀며 경기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 라는 사명으로 30여 년 전에 시작된 차범근 축구교실은 우리나라 축구 역사뿐만이나라 대한민국 스포츠 전 종목을 통틀어서 유소년 양성을 최초로 시도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유소년 축구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들은 무성했지만 이를 직접 실천해 옮긴 사람은 차범근 감독님이 처음이었습니다. 차범근 감독님의 유소년 축구에 대한 사랑과 남다른 애정과 열정은 축구팬들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상식이었습니다. 이후 야구의 리틀야구단도 초기에 차범근 축구교실을 롤모델로 시작했으며 차범근 축구교실 출신인 타 종목 선수들과 유명 연예인들이 배출되기도 하였습니다.(하주석 야구선수, 배우 이민호, 배우 권율, 가수 김재환, 래퍼 딘딘, 차두리·조병국·정조국·최경록·송범근 축구선수)

 


 다른 학원 스포츠보다 저렴한 강습료에 학업도 병행 가능하면서 강습료 대비 좋은 환경에서 축구를 할 수 있고 좋은 코치진들에게 배울 수 있는 차범근 축구교실이 이촌에서 25년 동안 운영되면서 그간 차범근 축구교실을 거쳐간 회원만 3만 6000여 명에 이르며 지역 주민들에게 거의 공공영역의 교육기관처럼 느끼며 많은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아이들을 입회시키려면 최소 몇 달 이상에서 1년 이상 기다려야 할 만큼 해당 지역의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에게 단순한 학원 스포츠 교실의 수준이 아님을 알 수가 있습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수익성은 어땠을까?

 2021년 3월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회의록에서 한강 사업본부장의 발언에 따르면 차범근 축구교실도 2008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수탁 운영했었지만 재계약을 포기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축구교실 운영 자체가 수익성이 높지 않은 모양인 것 같습니다. 한강 사업본부장 발언을 보면 수익성이 나지 않아서 다른 입찰자가 낙찰을 받아도 포기하는 사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축구교실의 수익성이 없다 보니 그동안 차범근 축구교실이 단독으로 입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서울시의 축구 교육장 사용· 수익 허가 특별조건에는 월 이용료를 굉장히 저렴하게 정해져 있고 일정 조건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용료를 감면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상당히 이익을 창출하는데 큰 제한이 있기 때문에 수익성을 생각하면 선뜻 운영하기 힘든 조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공익적으로 축구교실을 운영해야 하는 조건 속에서 25년간 지역 주민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으면서 축구교실을 운영해온 것은 차범근 감독님의 사명감을 갖고 운영하신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의문의 새로운 입찰자

 현재 이촌 축구장을 새롭게 입찰한 이는 치과의사로 알려져 있으며 새 업체는 동부이촌동의 커뮤니티에 10월 13일부터 새로 운영하게 되었다면서 축구 교실 운영은 기존 차범근 축구교실의 커리큘럼, 시간표 등등이 동일하게 운영할 예정이라며 차범근 축구교실 측에 인수인계 요청했고 불편하시더라도 차범근 축구교실의 기존 회원들은 개인정보를 새 업체의 카카오 플러스 채널에 보내주면 새로 수업 등록을 해주겠다는 글을 올렸다고 합니다. 새 업체의 글 내용이 이촌 축구장을 낙찰받으면 자연스럽게 차범근 축구교실 운영권도 자동 승계되는 걸로 착각한 뉘앙스가 느껴집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의 운영 중단 소식과 새 업체의 글을 본 학부모들은 반발이 커지자 새 업체의 글은 사라졌고 이러한 소식들은 다양한 맘카페들에서도 퍼지는 상황입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차범근 축구교실에서는 포괄적인 인수인계를 한 적이 없고 개인정보를 새 업체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새로운 입찰자와 새 업체는 축구 교육 관련 사업 경험이 있는지 참 의문스럽습니다. 새 업체의 축구교실은 코치진도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고 입찰자의 축구 관련 전문성과 철학이 있는지 진정성이 있는지 의문을 받고 있는 상황입니다.

 

축구장 시설 입찰조건에 시설에 적합한 운영 자격 조건도 강화해야

 이번 사태에 대해서 알아보면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축구장 입찰 조건에 시설에 적합한 운영 자격 조건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단순히 최고가 경쟁 입찰에서 최고가로 축구장 시설을 입찰하고 낙찰된 것만 보면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이후에 축구장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한다면 그에 대한 여러 가지 피해들은 고스란히 시민들이 받게 됩니다.

 이번 신규 사업체가 서울시에 제출할 운영계획서에는 시민들의 실망이 가득하지 않길 바라면서 앞으로 이런 행정절차에 입찰 가격 조건 외에도 축구장 운영 능력과 경험 검증, 인력 현황 검증, 축구 교육장 세부 운영 계획 등의 요건들도 강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유소년 축구 관심에 소홀하지 않았나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 골 결정력 문제, 원활한 빌드업 문제, 기복이 심한 팀 능력과 선수들의 능력 등등 이러한 한국 축구의 모든 문제점들은 결국은 유소년 축구 육성으로 귀결됩니다. 아직까지 생활체육시스템보다 엘리트 체육시스템이 더 강한 한국이지만 엘리트 체육시스템으로 한국 축구의 고질병들을 해결하기엔 너무 부족한 여건입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어릴 때부터 좋은 환경에서 누구나 축구를 즐기고 사랑하면서 공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놀길 바라는 소망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차범근 감독님은 한국 축구가 왜 이렇게 고질병들이 나아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고 한국 축구만 생각하며 독일 생활해왔습니다. 독일에서 독일 어린아이들이 어디서나 쉽게 축구공을 가지고 마음껏 자유롭고 행복하게 축구를 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이것이 한국 축구의 고질병을 해결해줄 거라는 깨달음으로 한국 유소년 축구의 영감을 얻게 되었습니다.

 

 사실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들의 해결은 단 한 사람의 힘으로는 너무 역부족합니다. 이번 사태들을 알아보면서 25년 동안 악조건 속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혼자서 묵묵히 견디면서 운영해왔다는 사실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사명감 없이 유소년 대상으로 하는 축구교실을 운영 하는게 어려운 현실이며, 평소에 한국 축구를 좋아하고 한국 축구의 유소년 육성이 중요하다는 글과 말들 잘 알고만 있었지 실질적인 관심은 없었지 않았나 반성하는 시간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반응형